
경북 지역에서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부터 비 소식이 전해졌지만 산림청은 이번 비가 산불 진화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예상 강수량이 5㎜ 미만으로 매우 적고, 이미 건조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졌기 때문에 습도 회복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 임상섭 청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비의 양이 많지 않아 산불 진화에 직접적인 도움은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다만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의 세기도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보여, 진화 여건이 다소 나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오후 사이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북부 지역 곳곳에는 산발적으로 약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비는 오전 9시에서 정오 사이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다 오후 들어 내릴 가능성이 크며, 지역에 따라 강수량은 5㎜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예보는 산불 진화에 대한 기대감을 일정 부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리는 양이 적고, 불씨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비가 대형 산불의 주불을 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건조특보 해제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북 지역은 지난 22일부터 의성군을 시작으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산불이 확산되며 총피해면적이 1700ha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번 산불로 인해 지금까지 4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택, 사찰, 창고 등 60여 곳이 전소됐다. 수천 명의 주민이 대피소로 이동한 상태다.
산림 당국은 이번 비로 인해 당장 큰 진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습도 상승과 바람 약화를 통해 확산을 저지하는 데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낮 기온이 다소 낮아지고, 바람이 초속 1m 내외로 약해지는 구간이 생기면 진화작업에 투입된 인력과 장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임 청장은 “전국적으로 진화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잔불 제거와 확산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는 이번 비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인력 중심의 진화 전략을 강화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경북 지역의 산불 상황은 지형적 특성과 강한 바람, 그리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해발 고도가 높은 지대에서 불씨가 남아 있는 경우, 헬기 접근이 어렵고 연기로 인해 시야 확보도 힘들어 지상 인력의 투입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비로 인해 바람이 잠잠해지더라도 지형적으로 진입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여전히 잔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산림청은 전국 47대의 헬기와 수천 명의 진화 인력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 비가 내리는 구간과 시각에 따라 헬기 투입 일정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임 청장은 “산불이 인접한 지리산 국립공원과 문화재 보호구역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지점에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기준 경북 의성의 기온은 13.4도로 비교적 따뜻한 편이며, 바람은 초속 0.5m의 서풍이 불고 있다.
이는 전날보다 기온이 소폭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화재 진화에는 불리한 조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산림청과 기상청은 이번 산불 사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특히 향후 며칠 간 추가 비 소식이 없다는 예보에 따라 단기간에 진화를 마치지 못할 경우 장기화에 대비한 전략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