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를 이용해 연애 감정을 악용하고 한국인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한
나이지리아 국적 마약 조직 총책이 국가정보원과 나이지리아 당국의 공조로 검거됐다.
이들은 국제기구 요원, 정부 기관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고,
선물 대리 전달을 부탁하며 마약이 숨겨진 물품을 해외로 운반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는 나이지리아 마약법집행청(NDLEA)과 공조해
국제 마약 조직 총책인 K·제프(59)를 13일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K·제프는 2007년 한국에서 마약 유통 범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후 2008년 추방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북중미, 동남아 등에서 마약을 조달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마약을 밀수출해 왔다.
국정원에 따르면, K·제프의 조직은
SNS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연애 감정을 이용한 사기(로맨스 스캠)를 시도하거나
투자 기회를 제안하며 신뢰를 쌓았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선물 대리 전달’을 부탁하며
마약이 숨겨진 백팩, 여행 가방, 초콜릿, 헬스 보충제 등을 해외로 운반하게 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인과 국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국정원이 확인한 마약 운반책 피해자는 현재까지 10여 명에 달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50대 한국인 A씨는 K·제프 조직의 금융 사기에 속아
브라질로 출국해 코카인이 숨겨진 제모용 왁스를 받아 캄보디아로 이동하려다 적발됐다.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망을 활용해 K·제프 조직을 추적해 왔다.
2021년 가나에서 마약을 밀반입하려던 국내 체류 나이지리아인 조직원들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와 공조해 적발한 것이 이번 작전의 시작이었다.
국정원은 총 7차례에 걸쳐 메스암페타민 28.4kg, 대마 17.2kg 등 총 45.6kg(시가 972억 원 상당)의 마약을 압수하고, K·제프를 포함한 조직원 37명을 검거했다.
국정원은 “최근 미국 정부의 마약 단속 강화로 인해 북미 마약 조직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번 검거는 국제 마약 범죄 카르텔의 실체를 확인하고 해당 네트워크를 와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 범죄 조직이 SNS를 이용한 연애 사기와 마약 밀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SNS에서 만난 사람이 해외 출국 및 물품 전달을 요청할 경우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앞으로도 해외 협력을 강화해 마약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것이며,
마약 관련 정보 습득 시 국정원(국번 없이 111)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