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도 어려운 문제?”…’7세 고시’ 강남 학원에 몰리는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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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사진출처-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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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초등학생을 둔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7세 고시’로 불리는 입학 시험지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풀어야 하는 시험지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1 ‘추적 60분’은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사교육 현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서울 강남 대치동 유명 어학원 앞은 입학시험을 보러온 학부모들과 아이들로 북적였다. 나흘간 이 학원에서 시험 본 아이들은 1200명에 달했다.

학원에 손주를 데리고 왔다는 한 여성은 “7살이다. 우리 아가도 처음 시험 보는 거라서 떨리는데 잘하려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학부모들은 “이 짓 더는 못하겠다. 우울증 걸렸다” “예약해 놓은 시험은 봐야지 어떡해” “막 보다 보면 어디 하나엔 붙겠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성남 분당 한 초등 전문 영어학원에서 진행하는 입학시험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관계자는 “입학시험은 총 3가지로 진행된다. 미국 교과 과정 기준으로 단어랑 문장이 들어가 있는 독해 시험, 어휘, 문법, 에세이 단문 쓰기, 문장 구성하는 것까지 다양한 항목을 평가 받는다. 그다음엔 선생님과 1대 1로 영어 인터뷰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원가 사정을 잘 안다는 유아 영어 전문 과외 강사는 “워낙 준비하는 양도, 과정도 고되다 보니 7세 고시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외워야 하는 형식도 많고 규칙도 많다 보니 아이들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실제 한 사설학원의 ‘7세 고시’ 모의고사 시험지를 확인해 보니 A4용지 한 페이지 분량의 긴 지문 여러 개 읽고 30여개의 지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해당 문제를 살펴본 29년차 영어교사 김현씨는 “(영어) 문제 유형은 수능시험 문제와 같다. 만 5세 아이들에게 추론을 물어보고 있다. 이건 지적인 학대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중학교 20년차 영어교사 정지연씨도 “이걸 초등학교 입학 전 학생들이 푼다는 게 상당히 놀랍다. 고1 모의고사에 나오는 장문 독해를 초1 아이들에게 풀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유명 학원의 입학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과외를 받거나 ‘새끼 학원’으로 불리는 또 다른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7세 고시’를 봤다고 끝이 아니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초등학교 2~3학년 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유명 수학 학원에 입학하는 것이 성공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해당 학원의 시험 문제를 직접 풀어본 서울대생들은 “초등학생이 풀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거나 “몇 개는 진짜 답의 확신이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학업 부담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특히 4세에서 7세 사이는 전두엽 특정 부위들과의 연결망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이 초기 단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이 우울감이나 불안에 빠지고 반동 형성으로 공격성이나 반항성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커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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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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