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연극계 성범죄 판결… 극단 대표 징역 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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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여배우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던
광주의 한 연극 극단 대표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극단 대표 A씨(55)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명령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연극계 인사 2명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후배 여배우들에게
“키워줄 수 있다” “좋은 배역을 줄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또 다른 연극계 인사 C씨도
같은 방식으로 후배 여배우를 집으로 불러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의 배우자인 B씨는 피해자에게 “간통죄로 신고하겠다”며 욕설과 협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2022년 6월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며 세상에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첫 회식과 연극 준비 과정에서 극단 대표와 연출가 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가해자의 영향력이 컸던 탓에 신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고소했고, 1년여간의 검·경 수사 끝에 A씨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건이 불거지면서 광주연극협회와 한국연극협회는 A씨를 포함한 연루자들을 제명 조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으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고소했다는 점만으로 신빙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는 2020년 5월 A씨를 마주친 뒤 두 차례 우울증 및 공황장애 관련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진료 기록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A씨의 범죄로 인한 피해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극계에서 선배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일부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벌금형 이상의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여러 가지 수사 진행 과정과 상해 부분에 대한 의학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범행 일시를 특정하기 어려워 공소시효 문제가 있으며,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연극계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집중되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정의가 실현된 것”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정 구속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