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 살인 혐의… 항소심서 감형받아 석방

학교폭력 가해자 인 동창에게 인격 말살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살인을 저지른 1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한 집행유예 기간 동안 보호관찰을 받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하도록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4일 새벽 2시 30분쯤
중학교 동창생 B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발생 3시간 전인 같은 날 오후 11시 40분쯤,
A씨가 거주하는 강원 삼척의 한 아파트로 B군과 C군이 찾아왔다.
이 과정에서 B군은 A씨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라이터로 얼굴을 지지는 등 약 3시간 동안 폭력을 가하며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B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A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학교폭력 가해자’ 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 측은 항소심에서 해당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과 사건의 전후 사정을 참작해 형 집행을 유예했다.
재판부는 “귀중한 생명을 침해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사건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형보다는 사회 복귀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씨의 사연을 접하고 무료 변론에 나선
법무법인 비전의 김서현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박현주 대표변호사는
“목표했던 무죄 판결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재판부가 사건의 경위를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전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