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지갑 닫자 명품도 멈췄다…샤넬·구찌 줄줄이 매출 급감

국내 명품 소비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주요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비가 급감하며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명품 브랜드들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이 반복되던 명품업계는 수요 위축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케링그룹의 지난 2월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한 3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케링그룹에는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부쉐론, 브리오니, 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등 7개 주요 명품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2018년 이후 월별 통계 기준 최저치로, 국내 명품 수요의 급격한 하락세를 방증한다.
같은 기간 루이비통, 디올, 지방시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LVMH의 2월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4.2% 줄어든 1460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디올(-24.8%), 버버리(-22.4%), 샤넬(-8.4%) 등도 일제히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디올의 매출 감소는 20%를 넘기며 충격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전반적인 소비 위축 속에서 명품 시장조차 예외가 아님을 시사한다.
그간 명품 브랜드들은 수년 간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다.
특히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일명 ‘에루샤’)는 거의 매년 정기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진다’는 심리를 자극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러한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가치와 패션 트렌드가 스몰 디자이너 브랜드나 친환경·윤리적 패션 브랜드로 옮겨가는 가운데, 고가 명품에 대한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낮아지면서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에르메스의 2월 카드 결제 추정액은 6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불황에도 초고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소득층의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명품 시장 내에서도 ‘중산층 브랜드의 침체, 최상위 브랜드의 성장’이라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는 이러한 소비 흐름에 주목하며 매장 구성과 마케팅 전략의 재편에 나서고 있다.
명품 오픈런이나 리셀 시장의 열기가 사그라든 가운데, 일부 브랜드는 매장을 줄이거나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판매 채널에 집중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시장도 경기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특히 고정적인 수요가 없는 브랜드들은 당분간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브랜드별로 뚜렷한 수요층이 갈리기 시작한 지금이 명품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품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진 만큼, 명품 브랜드 역시 생존을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제는 가격만 올리는 전략이 아닌, 소비자와의 진정성 있는 연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