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지만 도와주세요”…눈물의 라이브 방송에 시청자 후원금 쏟아져

경북 북부 산악지대를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이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한 인터넷 방송인의 호소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염치없지만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에 수백만 원의 후원금이 실시간으로 모였고, 화마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민들과 현장 인력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전해지고 있다.
3월 25일, 유튜브 채널 ‘무대뽀조성근’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A씨는 경북 안동시 길안면의 한 대피소를 찾았다.
여행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던 그는 산불이 의성과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는 상황을 접한 뒤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 상황을 알리고,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 라이브 방송에 나섰다.
방송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 ‘숲(SOOP)’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이날 A씨는 대피소를 운영 중인 길안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정근수 회장을 만나 현장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정 회장은 카메라 앞에서 “염치없지만 도와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며, 산불 피해 주민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하루 평균 700인분의 식사가 필요하지만 준비할 인력도 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내일 아침은 북엇국,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육개장을 준비했지만, 정말 절실하다”고 울먹였다.
정 회장은 이어 “도와달라. 주민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 마을이 다 타고 있고,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게 안 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 즉각 반응했다. 실시간 채팅창에는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지금 바로 후원하겠다”는 메시지가 쏟아졌고, 후원 시스템을 통해 별풍선이 연이어 전달됐다.
방송 시작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200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모였다. A씨는 “모금된 후원금 전액은 길안면 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들과 현장 공무원들의 저녁 식사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원자 명단과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며, 향후에도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경우 현장과 직접 협의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씨의 방송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게 진짜 인터넷 방송의 순기능이다”, “현장에 직접 갈 수는 없지만 후원으로 함께한다”, “눈물 난다, 이럴 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등 따뜻한 반응을 이어갔다.
현장의 긴박한 상황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재난에 대한 공감과 실질적인 도움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나흘 만에 청송, 안동,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으며, 불길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집계된 경북 지역 산불 피해는 사망자 16명, 부상자 10명에 이르는 등 대형 재난 수준이다. 현재까지 주택과 창고, 비닐하우스, 축사 등이 불에 탔고, 산림 피해 면적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4시, 전국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소방청도 산불 대응을 위한 비상체제로 전환, 전국 특수구조대 9개 팀을 포함한 인력과 헬기,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에서 시작된 자발적인 지원과 관심이 피해 지역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A씨처럼 현장에 직접 나서 목소리를 전달하고, 실시간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사회 전체가 재난 상황을 함께 인식하고 연대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을 통해 전달된 “염치없지만 도와달라”는 한 마을 지도자의 간절한 외침은 단순한 후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이어질 때 비로소 재난의 피해는 줄어들고, 그 속에서 희망이 움튼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불 현장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을 잊지 않고, 함께 손을 내미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