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로 치료받던 10대, 병원 추락 사망…“병원 책임 없다”

학교폭력 피해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10대 청소년이 병원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일 인천지방법원 민사14부(김영학 부장판사)는 A군(당시 10대)의 부모가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5억 9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군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폭력을 겪었으며, 이후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상을 보였다.
2021년 후배 집을 방문했다가 처음 만난 고등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후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정신건강의학과 보호 병동에 입원한 그는 같은 해 세 차례나 입·퇴원을 반복하며
약물치료와 정신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도 공황 증상이 지속됐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다시 입원한 그는 퇴원을 사흘 앞두고 병실에서 전화 통화 중 갑자기 큰 소리를 질렀고,
의료진이 상태를 확인하자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다”며 “사적인 문제라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다음 날 아침, A군은 의료진에게 “잘 잤다”며 “이제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오전 8시경 두 차례에 걸쳐 10분씩 산책한 뒤 병실로 돌아왔다.
그러나 오전 10시경 다시 산책을 나간 그는 병원 4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병원 측은 즉시 응급조치를 시행했으나 A군은 결국 숨졌다.
A군의 부모는 병원 측이 의료 과실을 범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아들이 전화 통화 중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병원이 자율 산책을 허용했다”며
“추락 사고 발생 후에도 응급실이 아닌 정신 병동으로 이송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병원 측은 “A군의 상태가 호전되어 보호자 동행 조건에서 자율 산책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것”이라며 “응급처치도 적절히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군은 입원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없었으며,
사망 당일에도 정신과 면담에서 특별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이 산책을 허용한 것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추락 사고 직후 병원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협진을 요청하고, A군이 소리에 반응하지 않자 중환자실로 이송하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했다”며
“사망 전까지 통상적인 진료 과정을 거쳤다”고 판시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 www.129.go.kr/109/etc/madlan)을 이용하면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