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산불 이재민에 착불 ‘쓰레기 구호품’…폐기물만 11톤

경북 청송 등 영남 지역을 휩쓴 산불로 어려움을 겪는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구호품이 전국에서 모이고 있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사례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의 물품들이 ‘구호품’이라는 명목으로 청송군에 무더기로 도착하고 있으며, 심지어 착불 배송까지 이뤄져 이재민 지원 단체들이 처리비용까지 부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일 TBC 보도에 따르면, 청송군에 도착한 구호품 가운데 낡고 해진 옷, 먼지 묻은 이불, 기름때 가득한 식기류 등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 물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국자에는 까만 기름때가 눌어붙어 있었고, 프라이팬은 코팅이 벗겨져 있어 위생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 이재민은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헌 옷 받는 건 그렇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구호품 중 폐기된 양만 해도 11톤에 달한다.
이미 화재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행정력이 집중되고 있는 청송군이 쓰레기 처리까지 떠안으며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적절한 기부가 ‘착불’로 배송됐다는 점이다.
청송군 내 한 비영리단체는 사용이 불가능한 구호물품을 착불로 수령하며 배송비 7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단체 관계자는 “쓰레기로 버릴 물건들을 보내줬다”며 “전부 착불로 보내져 진짜 눈물 나고 속상하다”고 밝혔다.
이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에도 잘못된 SNS 정보로 인해 헌옷 기부가 급증하면서, 들어온 헌옷 53톤 중 30톤이 사용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당시 고성군은 “헌 옷 보내지 마시라. 대부분 쓰이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호소한 바 있다.
구호품은 이재민의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 도움이 되어야 하지만, 이번처럼 사실상 ‘폐기물’을 떠넘기는 형태는 오히려 피해 지역에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다.
이재민을 향한 진심 어린 연대가 필요한 때, 구호품 기부에도 분별력과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