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대피시키던 삼의리 이장 부부, 산불 속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

경북 영양군 산불 현장에서 주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움직이던 삼의리 이장 부부가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6일 영양군과 산림·소방당국에 따르면 산불이 급속히 번진 전날 오후 6시 무렵부터 석보면 일대 마을은 정전과 함께 무선 통신까지 끊기기 시작했다.

당시 석보면 화매리 이장은 관내 46가구 주민들에게 “지금 빨리 집에서 나와서 석보초등학교로 대피하라”, “동네 전 지역에 불이 나 금방 집에 불이 붙는다”는 음성 메시지를 발송해 대피를 독려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삼의리 이장 부부는 반대로 처남댁을 구하러 화매리로 향한 뒤, 다시 삼의리 쪽으로 되돌아갔다.

이들이 향한 길은 의성 산불 대피소로 지정된 석보초등학교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당시 도로는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불어오는 강한 골바람을 타고 불씨가 휘날리고 있었다.

마른 낙엽이 깔린 도로는 불쏘시개처럼 작용하며 불길이 확산됐다.

결국 이장 부부와 처남댁은 밤 8시쯤 도로 옆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전소된 차량도 함께 발견됐다.

마을 주민들은 “혹시라도 남아 있을 고립 주민을 구하려다 벌어진 참변”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석보면사무소 관계자는 “통신이 끊기면서 직접 주민을 돌며 대피시키려다 사고를 당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삼의리 주민들까지 다시 돌아가려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번 경북 산불은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도시까지 확산하며 나흘째 이어지고 있으며, 26일 오전 기준 총 사망자 수는 22명, 부상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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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