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특례 종료에 도축장 경영난…“농사용 전력 전환해야”

전기요금 특례할인이 올해 종료되면서 도축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전기요금이 급등한 여파로 도축 수수료 인상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어, 결국 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도축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산업용이 아닌 농사용으로 전환해 특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축장 전기요금 인상의 배경은 정부와 한국전력이 지난해 말 도축장에 적용되던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종료한 데서 비롯됐다.
이 할인제도는 2014년 영연방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축산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2023년 기준 전국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규모는 271억 원에 달했다.
특례 종료 직후, 도축장들은 비용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도축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한 도축장 대표는 “인건비와 유지비가 모두 상승한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오르니 감당이 어렵다”며
“도축 수수료를 한 마리당 1만 원 인상했고, 일부 도축장은 2만5000원까지 올렸다는 말도 들린다”고 밝혔다.
일부 도축장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업이나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한 회계 담당자는 “도축 수수료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부에서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박이 있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전국에 축산 공판장 4곳을 운영 중인 농협경제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가 부담을 고려해 도축 수수료를 올리지 않았지만, 전기요금이 25% 이상 올라 적자폭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농가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도축 수수료 인상은 농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준다”며
“FTA 피해보전직불제 종료와 사료값 급등으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한우농가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할인 종료 방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기본공급약관시행세칙에 따라 전기요금 할인 적용기간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종료됐다”며 “이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이 올해 초 1270억 원 규모의 배당을 단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커졌다.
이 금액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총액(1707억 원)의 74%에 해당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긴급 대응도 한계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도축장에 271억 원의 긴급 융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1년 거치 일시 상환’ 조건으로 인해 도축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도축장 전력을 산업용에서 농사용으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 김명규 회장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농사용 전력을 적용받고 있는데, 도축장은 산업용으로 분류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우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 지원을 위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필수 추가경정예산에 도축장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