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고온에 일본뇌염 모기 조기 등장…전국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질병관리청이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가 올해 들어 처음 제주특별자치도와 전라남도 지역에서 채집되며, 본격적인 모기 활동이 예년보다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6일 사이 제주도와 전라남도 완도군 지역에서 채집된 모기 42마리 중 10마리가 일본뇌염의 주된 매개체인 작은빨간집모기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첫 채집일인 3월 30일보다 3일가량 앞선 것으로, 최근 평균 기온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제주와 완도 지역의 평균 기온은 작년 동기간보다 6.2도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상학적으로는 이례적 현상으로 평가되며, 이로 인해 모기의 부화와 활동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작은빨간집모기는 암갈색의 소형 모기로, 주로 논, 축사, 웅덩이 등 물이 고인 곳에 서식하며 야간에 흡혈 활동을 한다.
일반적으로 3월 말부터 활동을 시작해 8월에서 9월 사이 가장 왕성하게 움직인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이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모기에 물린 후에는 5~15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감염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발열, 두통 등 가벼운 증세에 그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증 뇌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고열과 발작, 의식 혼란, 경련, 마비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주의보를 통해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2012년 이후 출생한 아동과 청소년은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무료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으며, 보호자는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 또는 앱을 통해 가까운 접종 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받은 적이 없는 18세 이상 성인 중 ▲논이나 돼지 축사 인근 거주자 ▲여름철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활동하는 시기에 위험 지역에서 장시간 야외 활동을 계획 중인 사람 ▲비유행 지역에서 국내로 이주해 장기 체류 예정인 외국인 ▲일본뇌염 위험 국가를 여행할 예정인 사람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백신 외에도 개인 위생과 모기 차단을 위한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질병청은 모기 활동이 활발한 4월부터 10월 사이, 특히 해 질 무렵부터 밤 시간까지는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팔과 다리를 가릴 수 있는 밝은색 긴 옷을 착용하고, 노출된 피부에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또 가정에서는 방충망 상태를 점검하고, 창문을 닫은 채 선풍기나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모기 유입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제거해 모기의 산란처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 출현이 단순한 기온 상승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몇 년간 평균 기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모기 활동 시기 역시 점차 빨라지고 있고, 이에 따라 감염병 예방 대책도 예년보다 앞당겨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편, 질병청은 일본뇌염을 포함한 제3급 감염병의 실시간 감시를 위해 전국에 설치된 모기 채집기기를 통해 매주 활동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에 단계별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이번 주의보는 전국적인 모기 발생 가능성과 일본뇌염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발령된 조치다.
전문가들은 “일본뇌염은 아직 치료제가 없는 만큼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며 “특히 어린이와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야외 활동이 많은 계절이 다가오는 만큼 개인 위생과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감염병 예방에 힘써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