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 모두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미흡한 대피 조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의성 산불로 사망 확인된 사망자는 총 9명이다.
전날 오후 11시경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도로에서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가 발견됐고, 60대 남성 1명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사망자 중 50·60대 남녀 3명과 부상자 1명은 일가족으로, 차량으로 대피 중 전복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산불이 번진 청송군에서는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청송읍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가족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중 사고를 당한 70대 여성은 갈비뼈 골절 등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보면에서는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여성이 실종된 상태다.
의성과 접한 안동에서도 산불이 번지며 임하면과 임동면 주택 마당에서 각각 50대,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한 피해 여성의 남편도 부상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 당국의 체계적이지 못한 대피 명령이 거론되고 있다.
사태 발생 전 선제적 대피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야간에 일제히 대피 문자가 발송돼 주민들이 동시에 이동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고령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문자 수신 후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산불로 인한 문화재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50분께에는 경북 대표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됐다.
이 과정에서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목조건축물 ‘가운루’와 ‘연수전’도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안동 만휴정 원림, 정선 백운산 칠족령, 울주 목도 상록수림 등 국가유산 5건이 피해를 입었다.
국가유산청은 전국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주요 유물들을 안전지역으로 긴급 이송하는 등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