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정황 공개…“눈물 보이자 오히려 질책”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오씨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으며, 이후 유족이 공개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에서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내용이 확인됐다.
1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오씨의 유족에게 전달받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2022년 10월 18일 새벽 방송을 마친 후 퇴근했으나,
A씨의 호출을 받고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A씨는 오씨에게 “예전에는 신입이라 보호해줬지만, 지금도 방송을 너무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안 그래도 기상캐스터 지금 없어도 된다는 얘기가 너무 많은데 태도까지 안 좋으면 있어야 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씨는 자신의 태도 중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오히려 “눈물을 가릴 생각도 없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을 안 하냐”며 질책했다.
A씨는 또한 “태도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면 너의 태도부터가 지금 아니지 않냐. 내가 네 아랫사람이냐. 위아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적어도 뭐가 뭔지 몰라서 물어보는 거고, 내가 욕 먹는 상황이고 더 나아지고 싶으면 그런 태도로 얘길 안 한다”며
“이런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너 너무 건방지고 너무 사람을 어쩌라는 식으로 대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대화를 마친 후, 오씨는 동료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오씨는 “내가 오늘 라이브(생방송) 하느라 남아서 선배님께 날씨 좀 여쭤봤는데, 나한테 ‘너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 태도 좋게 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며
“내가 뭐 나쁘게 한 적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선배님, 뉴스 투데이 팀에서 이야기가 나온 거냐’고 이랬더니 ‘투데이팀 이렇게 내가 말할 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고 설명했다.
지인이 “네가 건방지게 했을리가 절대 없는데”고 위로하자,
오씨는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최악으로 평가받을 일인가 싶다”며 답했다.
그는 이어 “내가 이 기상팀의 존폐 여부를 논할 만큼 잘못하고 있는 거냐”라며
“솔직히 말하면 잘려도 괜찮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 근데 이 최선이 남한테는 최악인 거면 진짜 너무 힘들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유족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MBC 기상캐스터 동료들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서는
고인을 비하하는 발언이 오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화 내용에는“완전 미친 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난다. XX도 가지가지”,
“또X이”, “(‘더 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등의 발언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렌’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