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 2번째 지브리
여전히 추운 날씨가 안 풀린다.
날씨마저 삭막하게 몸과 마음을 후벼 파는 지금,
따뜻한 코코아처럼 잔잔히 힐링이 되어 주는 영화가 나에게는 필요하다.
이번에 영화 힐링으로 결정한 영화는 잔잔하게 일상을,
그리고 마음을 보듬어주면서도 꿈결처럼 환상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스튜디오 지브리 의 영화 시리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실제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익숙한 음식들은
‘저 음식이라면 나도 먹어 본 적 있어’ 나 ‘저 정도면 나도 만들어 볼 수 있겠어’ 와 같은
작품과 관객 사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연결선이 되어 준다.
오늘은 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줄 영화 속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에 나오는 음식들을 알아보자.
이웃집 토토로 도시락 🍱
영화 이웃집 토토로(1988)에서 주인공 사츠키가 동생 메이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는 장면은 이 작품의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일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순간 중 하나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1950년대 일본 농촌에서는, 어머니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의 어머니는 병으로 입원해 있어 맏딸인 사츠키가 동생을 챙기곤 했다.
동생과 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이 도시락은
일본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구성으로 짜여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짜여 있는 이 도시락은
실제로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식생활을 참고하여 만들어졌다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을 초반의 음식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에서 주인공 치히로의 부모님이
버려진 듯한 마을에서 신비한 음식을 먹다가 돼지로 변하는 장면은 작품의 가장 강렬한 순간 중 하나다.
이 장면에서 치히로의 부모님은 무인 가게에서 놓여 있던 음식들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음식은 젤라틴처럼 부드럽고 탱탱한 질감을 가진 거대한 고기 덩어리다.
치히로의 아버지가 이를 먹을 때 쭉 찢어 입에 넣는 장면이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이 음식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신들이 먹는 음식이다.
일부 팬들은 이 음식이 중국 요리 둥포러우(돼지고기 조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측한다.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담당한 영화 속 음식 장면을 만들 때
항상 현실적인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의 요리를 먹는 이 장면에서는
“조금 더 이국적이고 기묘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부모님이 먹던 음식은 단순한 배경 소품이 아니라,
탐욕을 부리면 벌을 받게 된다는 상징적 의미와 일본 신화와의 연결성 등
영화의 주제와 철학이 담긴 중요한 요소였다.
이러한 요소들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영화 속 음식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속 음식’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재현하고 싶어하는 신비로운 요리가 되지 않았을까.
마녀 배달부 키키 청어 호박파이 🥧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 (1989)에서
주인공 키키가 배달하는 음식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청어 호박 파이이다.
이 음식은 단순한 배달 물품이 아니라,키키의 성장과 감정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키키는 배달 마녀로서의 첫 일 중 하나로 이 파이를 배달한다.
키키가 파이를 배달한 집의 할머니는 키키에게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그녀를 환대해 준다.
키키는 그런 상냥한 할머니를 도와 손녀를 위해 정성스럽게 파이를 구워내어
거센 비를 뚫고 배달을 가지만 정작 손녀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냉담한 손녀의 반응에 키키는 상처를 받지만 프로답게 감정을 숨기고 자리를 뜬다.
이 장면은 세대 간의 가치 차이와 마음과 마음이 꼭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키키는 처음으로 자신의 일이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청어 호박 파이는 영화에서 키키의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식이다.
여담으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터들은
실제로 청어 호박 파이를 만들어보는 실험을 했었는데,
일부 스테프 들은 손녀가 이 음식을 싫어하는 게 이해된다 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계란과 햄 🍳 🥓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에서 남자 주인공 하울이
악마 캘시퍼의 불을 이용해 팬을 달구고 직접 조리하는 계란과 햄 정식은
단순한 요리 장면이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와 캐릭터 관계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화려한 마법과 거대한 전쟁이 등장하지만,
이 장면은 아주 현실적인 ‘일상의 한 순간’을 담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 속에서 “가장 보통의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전하는데,
이 장면 역시 판타지 세계에서 가장 따뜻한 인간적인 순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요리를 하는 하울은 평소 자유분방하고 철없는 성격을 가졌지만,
이 장면에서 보호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소피와 마르클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가 이들을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가족처럼 여기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하울이 요리를 할 때 캘시퍼가 불을 조절하는데,
이는 하울과 캘시퍼가 협력하고 의지하는 관계임을 상징한다.
자신도 요리가 먹고 싶다는 캘시퍼에게 계란 껍데기만 던져주는 장난 가득한 모습도 보이는 둘은
사실, 서로의 생명을 공유하는 존재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가장 단순한 요리가 가장 큰 따뜻함을 준다.”
이것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영화 속 계란과 햄 정식이 전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이 인상적인 장면을 재현해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간단히 만드는 법을 적어보겠다.
하울 정식 레시피
🔥재료
두툼한 햄(베이컨 대체 가능), 계란, 버터(또는 식용유), 후추 & 소금
🔥만드는 방법
- 후라이팬을 중불로 달군다.
- 버터나 기름을 두르고 햄을 먼저 굽는다.
- 햄에서 나오는 기름을 그대로 활용해, 그 옆에 계란2 개를 깨서 굽는다.
- 계란 노른자는 반숙으로 유지하며,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다.
- 바삭하게 익힌 햄과 반숙 계란을 접시에 담아 완성!
마음에 힐링이 필요하다면
일상과 환상이 조화롭게 잘 섞여 있는 지브리 영화들을
잘 섞인 코코아 한 잔처럼 따뜻하게 넘겨보는건 어떨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같은 음식을 맛보며
그들의 상황과 감정에 섞여들어가는 시간 또한
달콤한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