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산불 막은 골프장 캐디들, 해저드 물로 닷새간 사투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까지 번지자, 안동의 한 골프장 캐디와 직원들이 연못 물을 끌어다 닷새 동안 밤낮으로 산불을 막아낸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소방대와 헬기 지원 없이 골프장과 마을을 지켜냈다.

산불은 의성 안계면에서 발생해 남서풍을 타고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방면으로 확산됐고, 골프장까지 위협했다.

지난 25일 산불이 골프장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전원이 대피했지만, 안동 리버힐 CC 직원과 캐디 등 20여 명은 그날 밤 10시 다시 골프장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잔디 관수용 차량 4대와 살수차 1대를 활용해 불길이 닿는 1km 구간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4인 1조로 편성돼 산 아래에서 불이 올라올 때마다 물을 뿌리고 땅을 뒤집는 방식으로 불길을 막았다.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황에서도 골프장 내 해저드 3곳의 물을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퍼냈다.

리버힐 CC 경기팀의 류동기 씨는 “여기는 진짜 목숨 걸고 하셨다. 밑에 보면 낭떠러지인데 줄 잡고 내려가서 밑에서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한 살수차 운전기사는 “인근에 물을 뜨러 갔다 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저희가 봤을 때는 (해저드 물을 끌어다 쓰지 않았으면 골프장과 마을은) 다 탔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불은 골프장을 넘지 못했고, 골프장 뒤편의 마을도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항공 영상에는 골프장 앞쪽이 잿더미가 된 반면, 골프장과 마을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

이번 경북 산불로 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망자 30명을 포함한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택 3천여 동이 전소됐고, 국가유산 30건과 농업시설 2천여 건의 피해도 집계됐다.

피해 면적은 총 4만8000여 헥타르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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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