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지 않는 산불 실화자…“나무 안 꺾여 라이터로 불 질렀다” 주장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경북 북동부 전역으로 확산되며 최악의 피해를 초래한 ‘괴물산불’의 실화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수사와 감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30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56)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인근 야산에서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실화로 보이는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산불의 최초 신고는 A씨의 딸이 119에 “산소에서 불이 나서 모두 탔다”고 전화한 것이었다.
딸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 “나무를 꺾으려다 안 돼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했는데 산불이 번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A씨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불을 일부러 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괴산1리 마을 이장 B씨는 산불 발생 직전 의성군청으로부터 “야산에서 연기가 난다”는 연락을 받고 주변을 확인하던 중, 야산 정상에서 연기가 치솟는 장면과 함께 A씨가 딸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장은 A씨에게 “왜 불을 냈느냐”고 물었지만 A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고 증언했다.
A씨 일행이 타고 온 차량 번호는 이장이 직접 사진으로 촬영해 경찰에 제출했다. 또한 불이 시작된 묘지 인근에서는 라이터와 소주병 뚜껑이 발견돼 방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산림청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이번 주 중으로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며, A씨의 혐의 입증을 위한 과학적 증거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의성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53분쯤 최초로 포착돼 이후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빠르게 번지며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피해 면적은 무려 4만5157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156배에 달한다.
특히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겹쳐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소방·군·산림 당국 인력 수천 명이 투입된 끝에 7일 만에 간신히 완진됐다.
이번 산불로 인해 26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는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 조종사와 산불감시원, 일반 주민들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외에도 의성 고운사 등 보물급 문화재와 주택, 공장 등 4000여 채가 전소됐다. 문화재청은 현재 전소된 고운사 복원 및 문화유산 피해 조사를 위한 현장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실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혐의 입증을 위한 명확한 과학적 근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산림청과의 협조를 통해 실화인지 고의인지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이번 사안은 산림보호법 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야기한 대형 사고로 확산된 만큼,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A씨의 법적 책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