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을 제공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던 30대 여성이 파기환송심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24일 A씨에 대한 살인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월 남편 B씨에게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제공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하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씨가 A씨가 제공한 음식을 먹고 속쓰림과 흉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다녀온 뒤, 같은 날 오전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며, 피고인이 니코틴 원액을 구매한 정황 등이 살인의도로 연결된다”고 판단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찬물을 이용한 범행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같은 형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니코틴 복용과 관련된 간접 증거들로는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이 준 물을 마신 시각을 피고인의 진술(오전 1시 30분∼2시 사이)과 달리 인정할 수 있는 정황이 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니코틴을 경구 투여하면 30분∼66분 내에 체내 니코틴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빠르게 회복되는데, B씨의 휴대전화에는 해당 시간대에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는 치사량의 니코틴을 복용한 사람이 짧은 시간 내 정상적인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됐다.
수원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니코틴 원액 음용 시 통증이 심해 이를 몰래 음용시키기 어려우며, 압수된 제품의 니코틴 함량 분석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B씨가 경제적 문제와 A씨의 내연 관계 등을 알게 된 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과거 자살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와 법리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오류가 없다”고 밝혔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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