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대 내 가혹행위 논란… 신병, 자대 배치 한 달 만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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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육군 제51보병사단에 자대 배치된 지 한 달 만에 사망한 일병이 선임들로부터 지속적인 욕설과 강압적인 암기 강요 등 부조리를 겪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군 내 부조리와 가혹행위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육군 한 부대에서 사망한 A 일병의 선임 B 병사를 모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또 다른 선임 C 병사를 포함한 4명도 위력 행사에 의한 가혹행위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A 일병은 자대 전입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 23일 육군 한 부대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당국과 경찰은 A 일병의 사망 원인을 조사했으나,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내부 조사 과정에서 부대 내 가혹행위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병사는 A 일병이 사망하기 전날 밤 다른 병사들 앞에서 욕설을 퍼부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C 병사 등 4명은 같은 달 1일 A 일병에게 간부 및 선임들의 이름과 기수 등을 강압적으로 암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부조리는 군사경찰의 감찰을 통해 처음 적발됐으며,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대 내 사망 사고에서 범죄 혐의가 발견될 경우 민간 경찰에 사건이 이첩되도록 규정되어 있어 이번 사건 역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한편, A 일병의 사망 당일 군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51사단 우리 아들이 죽었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커졌다.
글을 올린 이는 A 일병의 어머니로 추정되며, “오전 6시에 전화로 ‘아들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뉴스에서 보던 일이 왜 저한테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절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5월 30일에 자대 배치를 받고 한 달도 안 됐는데, 아들이 왜 죽었는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군 내 부조리와 가혹행위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며, 군 당국의 대응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 일병의 사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군 내부의 부조리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군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이 되어 왔다.
2014년 육군 제28사단 윤 일병 사건 이후 국방부는 지속적으로 병영 문화 개선을 추진했으나, 이번 사건이 다시금 유사한 문제를 제기하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더욱 엄격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가혹행위가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고, 군 내 병사 보호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사한 비극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군 조직 전체의 개혁이 필요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향후 경찰과 군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군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