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에 지갑 닫은 소비자들, 커피·술 소비부터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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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가게 10곳 중 1곳이 지난해 4분기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6000만 원이 넘는 대출을 안고 있었으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결국 폐업을 택했다.
특히, 카페와 술집 등 기호식품 업종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해당 업종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사업장은 362만 2000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6.7%에 해당하는 314만 개는 여전히 운영 중이지만, 13.3%인 48만 2000개 사업장은 이미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대출 잔액은 6185만 원이었으며, 평균 연체액은 568만 원에 달했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총액은 716조 원으로, 직전 3분기(712조 원)와 전년 동기(700조 원) 대비 각각 0.5%, 2.3% 증가했다.
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은행권이 60.5%를 차지했고 나머지 39.5%는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차지했다. 문제는 연체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 원리금 규모는 11조 3000억 원에 이르며, 이는 전 분기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 52.7% 증가한 수치다.
특히 2금융권의 연체 비중이 전체 연체액의 78.8%를 차지하며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안 요소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특히 카페와 술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4분기 외식업 가운데 카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5% 감소해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1.3% 줄어들며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패스트푸드(-1.8%)와 술집(-1.7%) 매출도 감소했다. 반면 양식(8.8%), 아시아 음식(6.3%), 일식(5.5%), 중식(4.1%) 등 일반 식당의 매출은 소폭 증가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기 불안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필수가 아닌 기호식품부터 소비를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며 “카페와 주류 업종이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업종은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7.4% 매출이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세무·법무·컨설팅을 포함하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30.1% 매출이 증가하며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운송업도 10.3% 증가하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보였으나, 유통업의 경우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이 포함된 종합유통업은 매출이 0.1% 감소한 반면, 가구·문구·안경·악기점 등이 포함된 전문 유통업 매출은 12.4% 증가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을 기대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기대와 달리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2023년을 기점으로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경기 부진과 사회적 불안 요소로 인해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2023년보다 매출이 더 줄었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 사업장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개인사업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에 가입된 사업장 16만 개를 표본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는 국세청 소상공인 실태조사 자료와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확보한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도 포함됐다.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줄이기 시작한 기호식품 업종에서는 가격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만큼, 금융 지원과 대출 상환 유예 정책 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측은 “소상공인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과 함께 사업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경우, 소상공인들의 폐업률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와 금융기관, 소상공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