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싱크홀 희생자 유족 “배달 부업하며 열심히 살았다”…참담한 심경 토로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 박모(34) 씨의 빈소가 3월 25일 서울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과 지인들은 깊은 비통함 속에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믿기 힘든 현실에 말을 잇지 못했고, 곳곳에서는 참담한 눈물이 흘렀다.
장례식장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박 씨의 어머니는 “이런 일이 어딨어. 우리 착한 애기, 우리 애기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통곡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 씨는 평범한 가장이자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으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욱 자아내고 있다.
박 씨는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쯤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중, 도로에 갑작스레 발생한 싱크홀에 빠져 숨졌다.
당시 싱크홀은 지름 약 20m, 깊이 약 20m의 거대한 규모였으며, 사고 직후 박 씨는 실종 상태로 수색됐다. 소방당국과 구조대가 밤샘 작업을 벌인 끝에 결국 박 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25년 지기 친구 김모 씨는 사망 소식을 듣고 빈소가 마련되기도 전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김 씨는 “동생 같은 친구였다. 늘 묵묵하게 열심히 살던 친구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 씨에 따르면 박 씨는 과거 운영하던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3년 전부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배달 부업을 시작했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오토바이를 타며 음식 배달 일을 병행해왔다.
사고가 난 날도 박 씨는 평소처럼 사무실 업무를 마치고 저녁 배달 일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김 씨는 “동생은 정말 성실한 사람이었다. 회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배달 일을 쉬지 않고 했다. 몸이 축날까봐 걱정될 정도였다”며 울먹였다.
이어 “이런 사고로 그렇게 떠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 억울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며 가족을 돌보던 아들이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책임감이 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따뜻하게 대하던 성품 좋은 사람이었다.
박 씨의 모친은 “우리 애는 사람한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성격도 여려서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싫어했다”며 “왜 하필 우리 애가 그런 사고를 당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오열했다.
이번 사고는 시민들의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싱크홀 발생 지점은 평소 차량과 사람이 자주 통행하는 도로였고, 사고 직전까지도 도로에 특이사항이 관찰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지하에 묻힌 노후 시설물 붕괴, 지하수 유실, 최근의 기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싱크홀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시와 강동구청은 사고 직후 현장에 구조대를 파견하고,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감식 작업과 안전 진단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희생자와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구간 도로의 지하 구조물 상태를 전면 점검하고, 유사 지점에 대한 추가적인 안정성 검토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도로가 꺼져 사람이 죽다니 믿을 수 없다”, “누구든 그 자리에 있었으면 같은 피해를 입었을 일이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 도심의 지하 기반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과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인의 장례는 가족과 지인들의 애도 속에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들은 “아들이 생전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보내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로 누군가의 가족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