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 10여 차례 묵살…경찰 징계 정당 판결

가정폭력 신고 가 들어와 위험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경기 고양시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박모 씨가
소속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불문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경찰관 박 씨는 2021년 8월 14일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당시 동거남 A 씨는 술에 취해 있었으며, 피해자는 폭행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 씨는 A 씨를 집 밖으로 내보내며 “술을 깨고 들어가라”고 말한 후 복귀했다.
이후 피해자는 14차례에 걸쳐 신고했으며, 박 씨는 세 차례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그는 A 씨에게 단순 경고만 하고 돌아갔으며,
112 신고 시스템에서 사건을 ‘가정폭력’이 아닌 ‘시비’로 분류했다.
또한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도 작성되지 않았다.
사건 당일 오전 8시 54분, A 씨는 방범 철조망을 뜯고 집에 들어가 말다툼 끝에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법원은 A 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 이후 경찰서장은 박 씨에게 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견책 징계를 내렸다.
박 씨는 소청심사를 통해 징계가 불문경고로 감경됐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박 씨가 승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수차례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경찰관으로서 취해야 할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며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은 “112 시스템에서 사건 종별을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아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순찰팀 간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사건이 가정폭력으로 인식되지 않게 만든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